
논문을 투고하고 몇 주, 길게는 몇 달을 기다려 받은 심사 결과.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메일을 열었는데 세 명의 심사위원이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면 어떨까요? 한 분은 방법론을 더 보강하라 하고, 다른 분은 방법이 지나치게 복잡하니 단순화하라며 정반대 의견을 내기도 합니다. 또 한 분은 연구 질문 자체를 바꾸라는 근본적인 지적을 하기도 하죠. 이런 상황에서 어디부터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해지는 건 당연합니다.
실제로 많은 연구자들이 “리뷰어 A는 A대로, B는 B대로 하라는 데 어떻게 하나요?”라며 고민을 털어놓습니다. 하지만 심사위원 의견 충돌은 결코 드문 일이 아니며, 오히려 여러 관점에서 원고를 검토했다는 증거로 볼 수도 있어요. 중요한 건 충돌 자체가 아니라, 이 의견들을 어떻게 하나의 일관된 수정 방향으로 엮어내느냐입니다.
이 글에서는 심사위원 3인의 의견이 서로 충돌할 때 활용할 수 있는 ‘수정 방향 조율 프레임’을 단계별로 정리해 드리려고 합니다. 실제 학술지 편집 정책과 경험 많은 연구자들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의견을 분류하고 우선순위를 정하며 편집자와 소통하는 방법까지 구체적으로 알려드릴게요. 수정에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을 예측하는 팁도 함께 담았으니, 끝까지 읽어보시면 막막함이 한결 가벼워질 거예요.
📌 핵심 요약
- 세 심사위원의 의견을 핵심·보완·선택 세 층위로 분류하고, 과학적 타당성에 직결된 사안을 최우선으로 다룹니다.
- 의견 차이가 큰 항목은 편집자에게 중재를 요청하거나, 두 의견을 절충하는 제3의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 수정 계획을 세울 때는 소요 시간과 추가 실험 비용을 함께 추산해 현실적인 일정을 수립해야 합니다.
- 모든 결정 사항은 응답 레터에 항목별로 대응하고, 수용하지 않은 의견에 대해서도 논리적인 근거를 남기는 것이 중요합니다.
글 순서
1단계: 모든 의견을 한눈에 — 코멘트 매트릭스 만들기
가장 먼저 할 일은 세 심사위원의 코멘트를 한데 모아 시각화하는 거예요. PDF에 형광펜을 긋는 수준을 넘어, 엑셀이나 스프레드시트에 ‘심사위원 A·B·C’ 열을 만들고 각 의견을 행으로 쭉 나열해 보세요. 이때 의견을 그대로 옮겨 적는 것보다는 핵심 요구사항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는 편이 나중에 패턴을 찾기 훨씬 수월합니다.
예를 들어 “표본 크기가 너무 작아 일반화하기 어렵다”는 A의 의견과 “표본은 적절하지만 분석 기법이 구식이다”라는 B의 의견이 있다면, 두 의견 모두 ‘방법론’이라는 큰 카테고리로 묶을 수 있어요. 이렇게 방법론, 개념적 틀, 표현 및 형식, 데이터 해석 등으로 분류하면 충돌 지점이 훨씬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매트릭스를 만들 때는 각 의견 옆에 ‘수용 난이도’나 ‘예상 수정 시간’을 메모해 두는 것도 좋습니다. 예컨대 단순히 그래프를 다시 그리는 일은 1~2시간이면 끝나지만, 추가 실험이 필요한 제안은 몇 주가 걸릴 수도 있죠. 이런 정보를 미리 적어 두면 나중에 우선순위를 정할 때 큰 도움이 됩니다.
| 분류 | 심사위원 A | 심사위원 B | 심사위원 C | 충돌 여부 |
|---|---|---|---|---|
| 방법론 | 표본 확대 요구 | 분석 기법 변경 요구 | 표본 크기 적절함 | A vs C 충돌 |
| 개념적 틀 | 이론적 배경 보강 | 이론 부분 간결화 | 참고문헌 추가 | A vs B 충돌 |
| 표현·형식 | 그림 해상도 개선 | 표 형식 통일 | 영문 교정 필요 | 없음 |
위 표처럼 정리하면 어느 지점에서 의견이 정면으로 충돌하는지, 어디는 단순히 보완하면 되는지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이 매트릭스는 이후 편집자에게 중재를 요청할 때도 강력한 근거 자료가 되어 줘요.
2단계: 핵심·보완·선택으로 층위 나누기
매트릭스가 완성되면 이제 각 의견을 세 가지 층위로 분류할 차례입니다. 많은 학술지 편집자들이 실제로 사용하는 방식이기도 한데요, 바로 ① 핵심(필수), ② 보완(권장), ③ 선택(취향)으로 나누는 거예요.
핵심 층위에는 연구의 과학적 타당성, 윤리적 문제, 데이터의 신뢰성에 직결된 의견이 들어갑니다. 예컨대 “통계 검정력이 부족하다”거나 “실험 설계에 교란 변수가 통제되지 않았다”는 지적은 절대 무시할 수 없는 항목이에요. 이런 의견은 심사위원 간 의견이 갈리더라도 가장 보수적인 입장을 따르거나, 편집자에게 명확한 판단을 요청해야 합니다.
보완 층위는 연구의 질을 높여 주지만, 반드시 반영하지 않아도 논문의 핵심 논리가 훼손되지 않는 의견이에요. “참고문헌을 최신 연구로 업데이트하라”거나 “그래프를 보기 쉽게 다시 그려 달라”는 요청이 여기 해당합니다. 이 층위에서 충돌이 발생하면, 두 의견을 절충한 대안을 제시하는 전략이 효과적입니다.
선택 층위는 심사위원 개인의 선호나 스타일에 가까운 의견이에요. “서론을 더 흥미롭게 시작하라”거나 “특정 학자의 이론을 인용하라”는 식의 제안은 저자의 판단에 따라 수용 여부를 결정하면 됩니다. 다만 선택 층위라도 응답 레터에는 왜 수용하지 않았는지 정중하게 이유를 밝히는 게 좋습니다.
⚠️ 주의사항
핵심 층위로 분류한 의견이라도 심사위원 간 완전히 상반된 지적이 나왔다면, 무조건 한쪽을 따르기보다는 편집자에게 “두 의견이 충돌하니 지침을 달라”고 공식적으로 요청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저자 혼자 판단했다가 재심사에서 다시 반려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아요. 또한, 어떤 의견을 ‘선택’으로 분류했는지는 반드시 편집자에게 투명하게 공유해야 오해를 피할 수 있습니다.
3단계: 편집자와의 소통 — 중재 요청과 근거 전달
의견 충돌을 저자 혼자 해결하려다 보면 자칫 편집자의 의도를 오해하거나, 심사위원 중 한 명을 불쾌하게 만들 위험이 있어요.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편집자에게 보내는 중재 요청 커버 레터입니다.
중재 요청 레터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포함하는 것이 좋습니다. 첫째, 심사위원들의 의견을 성실히 검토했음을 밝히고, 둘째, 구체적으로 어떤 항목에서 의견이 충돌하는지 매트릭스나 표로 정리해 보여줍니다. 셋째, 저자가 생각하는 잠정적인 수정 방향을 제시하면서 “편집자님의 판단을 구합니다”라고 정중하게 의견을 묻는 형식이에요.
예를 들어 “심사위원 A는 표본 확대를, 심사위원 C는 현재 표본으로 충분하다고 하였습니다. 저희는 현재 표본으로도 효과 크기가 충분히 검출되었으며, 추가 데이터 수집에 최소 3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에 대한 편집자님의 지침을 부탁드립니다.”와 같이 구체적인 근거와 예상 비용·시간을 함께 제시하면 편집자도 판단하기 훨씬 수월해집니다.
최근 몇몇 학술지에서는 심사위원 간 이견이 클 경우 편집자가 직접 세 심사위원의 의견을 종합한 ‘통합 수정 로드맵’을 작성해 저자에게 제공하기도 합니다. 이런 시스템이 없다면 저자가 먼저 제안하는 방식으로 대화를 시작해 보세요. 편집자 입장에서도 저자가 무작정 기다리기보다 능동적으로 소통하는 모습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4단계: 수정 비용과 시간을 현실적으로 추산하기
의견 충돌을 조율할 때 간과하기 쉬운 부분이 바로 수정에 들어가는 실제 비용과 시간이에요. 특히 실험을 다시 해야 하거나 새로운 데이터를 수집해야 하는 경우, 예상보다 훨씬 많은 자원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공식적인 안내는 아니지만, 여러 연구자 커뮤니티의 경험담을 종합해 보면 마이너 리비전(minor revision)은 보통 저자 작업 시간 5시간 이내, 추가 실험 없이 텍스트와 그림 수정만으로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아요. 반면 메이저 리비전(major revision)은 저자 작업만 20시간 이상, 추가 실험까지 포함하면 시약비·인건비 등으로 200만 원에서 1,000만 원 이상의 비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오픈 액세스 학술지의 경우 논문 게재료(APC) 150만~400만 원이 별도로 들기도 하죠.
따라서 수정 계획을 세울 때는 각 항목별로 예상 작업 시간과 비용을 추산해 보는 것이 실천 가능한 계획을 세우는 첫걸음입니다. 예컨대 ‘추가 실험 필요’ 항목이 있다면 실험 설계, 데이터 수집, 분석, 논문 반영까지의 전체 과정을 시간 순서대로 나열하고 각 단계에 며칠이 걸릴지 계산해 보세요. 이렇게 뽑은 일정을 편집자와 공유하면, 현실적인 리비전 기한을 협상하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또한, 만약 수정 범위가 지나치게 커서 연구비나 시간이 부족하다고 판단된다면, 일부 항목을 ‘후속 연구’로 제안하는 것도 하나의 전략이에요. “이 부분은 매우 중요한 지적이지만, 현재 연구의 범위를 벗어나므로 다음 연구에서 깊이 다루겠다”고 명시하면 심사위원도 저자의 상황을 이해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5단계: 응답 레터 작성 — 충돌 지점을 설득력 있게 풀어내기
수정을 마친 뒤에는 심사위원별, 항목별로 대응한 내용을 정리한 응답 레터(response letter)를 제출해야 합니다. 이때 의견 충돌이 있었던 항목을 어떻게 처리했는지가 재심사 통과의 관건이 됩니다.
응답 레터의 기본 원칙은 모든 의견에 빠짐없이 답변하는 것입니다. 충돌로 인해 한쪽 의견을 따르지 못했다면, 그 이유를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대안을 제시해야 해요. 예를 들어 “심사위원 A님의 제안대로 분석 방법을 변경하였으며, 심사위원 B님께서 우려하신 복잡성 문제는 보충 자료에 상세 설명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보완하였습니다.”와 같이 두 의견을 모두 존중하는 태도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실제로 많은 편집자들은 저자가 심사위원 의견을 ‘선별적으로’ 수용했다는 점을 투명하게 밝힐 때 오히려 신뢰를 느낍니다. 무조건 모든 의견을 따르려다 보면 논문의 일관성이 깨질 수 있기 때문이에요. 중요한 건 수정 방향에 일관된 철학이 있고, 그 철학을 편집자와 심사위원이 납득할 수 있도록 전달하는 것입니다.
응답 레터에는 수정 전후를 비교할 수 있는 표나, 변경된 부분을 강조한 원고 파일을 함께 첨부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특히 충돌이 컸던 항목은 “이 부분에 대해 저자들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A안을 선택했으며, B안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C 조치를 추가했습니다.”처럼 구체적으로 서술해 주면 재심사에서 추가 질문이 들어올 확률을 낮출 수 있어요.
6단계: 최종 점검 — 수정 방향 조율 체크리스트
수정 원고와 응답 레터를 제출하기 전에, 아래 체크리스트로 빠진 부분이 없는지 확인해 보세요. 의견 충돌 조율 과정에서 흔히 발생하는 실수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 모든 심사위원 의견을 매트릭스로 정리했는가? — 빠진 코멘트가 있다면 재심사에서 반드시 지적됩니다.
- 핵심·보완·선택 분류가 적절한가? — 특히 핵심 항목을 보완이나 선택으로 잘못 분류하지 않았는지 다시 검토합니다.
- 충돌 항목에 대해 편집자 중재를 받았거나, 명확한 근거로 대안을 제시했는가? — 저자 독단으로 결정한 항목은 없는지 확인합니다.
- 수정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현실적으로 계산했는가? — 추가 실험 일정이 리비전 기한을 넘기지 않는지 점검합니다.
- 응답 레터에 모든 의견에 대한 답변이 포함되었는가? — 수용하지 않은 의견에도 정중한 설명이 있어야 합니다.
- 수정된 원고에서 변경 사항을 추적 가능하게 표시했는가? — 트랙 체인지나 하이라이트 기능을 활용하면 심사위원이 수정 내용을 쉽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 공저자들과 최종 합의를 마쳤는가? — 특히 충돌 조율 과정에서 결정된 수정 방향에 대해 모든 저자가 동의했는지 확인합니다.
이 체크리스트를 하나씩 지워가며 점검하면, 막판에 허둥대는 일을 크게 줄일 수 있어요. 특히 첫 투고 때 리비전 경험이 적은 연구자라면 더욱 꼼꼼하게 살펴보시길 권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1. 심사위원 세 명이 정반대 의견을 냈는데, 누구 말을 따라야 하나요?
가장 먼저 의견을 핵심·보완·선택으로 분류해 보세요. 과학적 타당성에 직결된 핵심 의견이 충돌한다면 편집자에게 중재를 요청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단순한 스타일 차이라면 저자의 판단을 존중받을 가능성이 높아요.
Q2. 편집자에게 중재 요청을 하면 불이익이 있지 않을까요?
오히려 반대입니다. 편집자는 저자가 심사위원 의견을 무턱대고 무시하거나, 반대로 모든 의견을 억지로 따르다 원고의 일관성이 무너지는 상황을 더 우려합니다. 정중하고 논리적인 중재 요청은 전문적인 태도로 받아들여져요.
Q3. 충돌하는 의견을 절충할 때 주의할 점은 무엇인가요?
두 의견을 단순히 반반 섞는 것은 오히려 어정쩡한 결과를 낳을 수 있어요. 대신 “A의 제안을 기본으로 하되, B가 우려한 부분을 보완하는 자료를 추가한다”는 식의 명확한 기준을 세우는 것이 좋습니다.
Q4. 수정 비용이 너무 많이 들 것 같으면 어떻게 하나요?
추가 실험이나 데이터 수집에 상당한 비용이 예상된다면, 해당 항목을 ‘후속 연구 과제’로 제안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다만 이 경우에도 왜 현 단계에서 수행하기 어려운지에 대한 합리적인 이유를 상세히 설명해야 합니다.
Q5. 응답 레터에서 수용하지 않은 의견은 어떻게 표현하나요?
“소중한 의견 감사합니다. 다만 저희 연구의 범위와 현재 가용 자원을 고려할 때 즉시 반영하기는 어려우나, 후속 연구에서 적극 검토하겠습니다.”와 같이 감사 인사와 함께 대안을 제시하는 형식이 무난합니다.
Q6. 심사위원 의견 충돌로 리비전 기한을 맞추기 어려울 땐 어떻게 하나요?
기한 연장을 요청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다만 막연히 “시간이 부족하다”고 하기보다, 구체적인 수정 계획과 예상 완료일을 함께 제시하면 편집자가 수용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Q7. 의견 충돌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공저자 간 이견이 생기면 어떻게 하나요?
공저자들과도 심사위원 의견 매트릭스를 공유하고, 각 항목에 대한 의견을 취합해 다수결이나 책임저자의 판단으로 결정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결정 과정을 기록으로 남겨 두면 나중에 문제가 생겼을 때 도움이 됩니다.
Q8. 재심사에서 또다시 의견이 충돌하면 어떻게 대처하나요?
재심사에서 동일한 충돌이 반복된다면, 이는 편집자의 조율이 충분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때는 이전 응답 레터를 참조하며 “이전에 편집자님께서 지침을 주셨던 부분입니다만, 여전히 이견이 있는 것 같습니다.”라고 다시 중재를 요청할 수 있습니다.
본 글은 학술 출판 및 연구 커뮤니티의 일반적인 관행과 공개된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학술지의 정책이나 개별 심사 사례에 대한 법적 조언을 제공하지 않습니다. 실제 수정 방향과 비용, 기한은 투고한 학술지의 규정과 편집자의 지침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반드시 해당 학술지의 공식 안내를 우선적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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